왕들의 행군 . Морган Райс

왕들의 행군  - Морган Рай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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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스 왕자 자신은 모두에게 미움을 사고 있는 반면, 캔드릭 왕자는 자문단과 기사들 모두에게 신임을 얻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자문단이 얼마든지 왕권을 캔드릭 왕자에게 넘길 확률이 컸다. 개리스 왕자가 왕위에 빨리 오를수록, 왕권을 이용해 좀더 빨리 캔드릭 왕자를 견제할 수 있었다.

      개리스 왕자의 손에 무언가가 당겨지는 느낌이 들어 아래를 보니 쥐고 있던 밧줄이 움직이며 왕자의 손바닥을 쓸고 있었다. 맥길 왕의 관을 내리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개리스 왕자와 함께 각자 밧줄을 쥐고 있던 왕자들이 서서히 줄을 풀어 관을 내리고 있었다. 개리스 왕자 쪽으로 관이 기울어졌다. 개리스 왕자가 미처 줄을 제대로 풀지 못한 것이었다. 개리스 왕자는 다른 손을 뻗어 줄을 풀며 수평을 맞췄다.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인의 마지막 길 앞에서도 그는 아버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저 멀리 궁에서 종소리가 울려오자 아르곤이 앞으로 나와 손바닥을 높이 들었다.

      “잇소 오미너스 도미 코 레세피아…”

      수천 년 전 개리스 왕자의 조상이었던 고대 링 대륙의 왕족이 사용하던 왕족의 언어, 자취를 감춘 링 대륙의 언어였다. 개리스 왕자의 개인 교사는 개리스 왕자가 어렸을 때 이 언어를 지도했다. 그리고 이 언어야말로 왕권 승계를 위해 반드시 알아둬야 하는 언어였다.

      아르곤이 갑자기 멈춰 고개를 들고 개리스 왕자를 정면으로 주시했다. 아르곤의 반투명한 눈동자가 마치 개리스 왕자를 태우는 것 같은 느낌에 왕자는 등줄기에 한기를 느꼈다. 왕국 전체가 모두 자신을 주시하는 것만 같아 왕자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리고 아르곤의 저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가 눈치챌까 두려웠다. 아르곤의 시선에서 자신이 암살에 연루됨을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 풍겨 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아르곤은 인간의 운명이란 우여곡절에 관여하길 거부하는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 아르곤은 과연 그렇게 침묵을 지킬 것인가?

      “맥길 왕은 훌륭하고 정당한 왕이었소,”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한 깊은 목소리로 아르곤은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맥길 왕은 왕으로서 선대 왕들의 자부심과 존경심을 발휘했고, 그 동안 누려보지 못했던 풍요와 평화를 왕국에 선물했소. 신의 뜻에 따라 왕은 조기에 생을 마쳤소. 그럼에도 그는 풍부하고 깊은 유산을 남겼소. 이제는 우리가 그 전통을 이을 차례요.”

      아르곤은 잠시 침묵했다.

      “링 대륙의 서부 왕국은 오랜 세월 이곳을 탐해온 불길한 적들로부터 사방이 둘러 쌓여 있소. 그리고 캐니언 협곡 너머에 자리잡은 에너지 장벽만이 이곳을 보호해주는 유일한 장치요. 그 너머에는 이 왕국을 붕괴하려는 미개한 생명체들이 숨쉬고 있소. 링 대륙 내에서도 하이랜드의 반대편에는 우리를 위협하는 가문이 존재하오. 우리는 현재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번영과 평화 속에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안전은 순간일 뿐이오. “

      “왜 신은 우리에게서 가장 선하고 현명하고 공정했던 왕을 데려간 것인가? 왜 그의 운명은 이러한 암살로 마감하게 됐는가? 인간은 모두 운명의 손에 좌우되는 꼭두각시일 뿐이오. 이렇게 모든 이들 위에서 군림하던 왕도 땅 속에 잠들게 됐소. 우리가 고심해야 할 문제는 바로 우리가 무엇을 위해 고군분투하느냐가 아닌, 무엇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가요.”

      아르곤은 고개를 숙였다. 밧줄을 풀어 관을 내리는 개리스 왕자의 손바닥이 타 들어가는 것 같았다. 마침내 관은 쿵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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