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숙명 . Морган Райс

용의 숙명  - Морган Рай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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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다. 공주가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칼 끝에 그대로 목이 베어 나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숨을 쉬기 위해 애를 쓰는 공주의 두 눈가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공주는 스스로에게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너무 어리석었다. 좀 더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어야 했다.

      “내 얼굴을 알아보겠나?” 사내가 입을 열었다.

      그가 앞으로 바짝 다가오자 그에게서 뜨겁고 역겨운 구취가 전해졌다. 그의 얼굴을 살핀 공주는 심장이 멎어버릴 것만 같았다. 꿈속에서 본 그 남자였다. 한쪽 눈이 없고 흉터를 지닌 바로 그 남자였다.

      “알겠어,” 공주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공주에게 너무나 익숙한 인물이었다. 그의 이름을 알진 못했지만 공주는 그가 집행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층민인 그는 개리스 오빠가 어렸을 때부터 어울리던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그는 개리스 오빠의 심복이었다. 개리스 오빠는 누구든지 겁을 주거나 고문을 하거나 죽이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를 보냈다.

      “당신은 내 오빠가 부리는 개야,” 공주가 공격적으로 사내에게 비아냥거렸다.

      사내는 미소를 지었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치아가 몇 개 빠져있었다.

      “난 그분의 심복이지,” 사내가 대답했다. “네가 나의 경고를 잊지 않도록 무기를 함께 가지고 왔지. 폐하께서 원하시는 건 네가 더 이상 파헤치지 않는 것이다. 이제 네가 더욱 잘 알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네게 이 경고를 끝내는 동시에 너의 반반한 얼굴에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칼자국이 새겨져 있을 테니 말이다.”

      사내는 으르렁 거리며 칼을 높이 들어 공주의 얼굴을 향해 내리 꽂았다.

      “안돼!” 공주가 몸서리를 치며 비명을 외쳤다.

      공주는 난도질을 피하기 위해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칼끝이 공주의 얼굴에 닿기 전에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어딘가에서 새의 울음 소리가 들렸고 하늘에서 새 한 마리가 사내를 향해 순식간에 하강했다. 공주는 찰나의 순간에 새의 정체를 확인했다:

      에스토펠레스였다.

      에스토펠레스는 발톱을 세우고 빠르게 날아와 사내의 얼굴을 할퀴었다. 덕분에 사내는 손에서 단검을 놓쳤다.

      그웬 공주의 뺨에 단검이 꽂힌 순간이었다. 칼끝이 공주의 뺨을 뚫으려던 순간 칼끝의 방향이 바뀌었다. 사내가 비명을 지르며 단검을 놓쳤고 양 손을 위로 들어올렸다. 그웬 공주는 그 순간 하늘에서 반짝이는 하얀 빛을 목격했다. 나뭇가지 위로 태양이 반짝이며 에스토펠레스가 날아갔다. 그 순간 공주는 깨달았다. 아버지가 에스토펠레스를 보냈다는 걸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공주는 지체하지 않았다. 공주는 뛰어 올라 상체를 뒤로 젖히고 호신술 스승이 알려준 그대로 맨발로 정확하고도 강력하게 사내의 명치를 가격했다. 사내는 그대로 몸을 구부렸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공주의 가격에 고통스러워 했다. 공주는 어렸을 때부터 반복 훈련을 통해 호신술을 몸에 익혔다. 공격자를 물리치기 위해 그만큼 힘이 셀 필요는 없었다. 다만 그녀의 가장 강한 허벅지 근육을 사용하기만 하면 됐다. 그리고 정확히 가격하기만 하면 됐다.

      사내가 그대로 서서 웅크리고 있는 그 때 공주는 앞으로 다가가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 쥐고 다시 한번 정확하게 조준한 뒤 무릎으로 사내의 코를 가격했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사내의 코에서 뜨거운 피가 흘러나왔고 그 바람에 공주의 다리에도 피가 튀었다. 사내는 바닥에 꼬꾸라졌다. 공주는 사내의 코뼈를 부러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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