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들의 행군 . Морган Райс
참고 계속 경청했다.
“아르곤이 맞았다,” 맥길 왕은 손목의 힘을 풀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네 운명은 내가 타고난 운명보다 위대해.”
맥길 왕의 말에 토르는 감전된 듯한 충격을 느꼈다. 토르의 운명? 왕보다 위대한 운명? 맥길 왕이 직접 아르곤과 자신에 대해 상의 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이 왕보다 위대하다고 말하는 사실 자체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죽음의 순간이 다가오자 맥길 왕이 망상에 빠진 것일까?
“난 널 선택했다. 널 내 아들로 삼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어. 이유가 뭔질 알겠느냐?”
그 이유가 절실히 궁금한 토르는 고개를 저었다.
“왜 내가 널 이곳에 남겼는지 모르겠느냐, 너만 홀로, 나의 마지막 순간에?”
“폐하, 송구스럽습니다,” 토르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헤아리지 못하겠습니다.”
두 눈에 서서히 힘이 풀리며 맥길 왕은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이곳에서 아주 먼 곳에 위대한 곳이 있단다. 와일드 너머에, 용의 터전 너머에. 그곳의 드루이드의 터전이지. 그곳에서 네 모친이 왔단다. 넌 반드시 그곳으로 가 답을 얻어야 한다.”
맥길 왕은 눈을 크게 뜨고 강렬하게 토르를 바라봤다. 토르는 차마 헤아릴 수 없는 눈빛이었다.
“이 왕국은 네 손에 달려있다,” 맥길 왕이 말을 이었다. “넌 남들과 다르단다. 특별해. 네가 누구인지를 이해할 때까지, 이 왕국은 절대 평탄하지 못하겠지.”
눈을 감은 맥길 왕의 숨소리가 더없이 희미했다. 한숨 한숨이 순탄치 않았다. 토르의 손목을 쥔 힘이 천천히 힘을 잃어갔다. 토르는 눈물을 흘렸다. 왕이 건넨 말을 이해하고자 할수록 토르의 마음이 소용돌이쳤다. 집중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는걸 까?
왕은 무언가 힘없이 속삭였다. 그러나 쉽게 들리지 않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토르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맥길 왕의 입가에 귀를 기울였다.
맥길 왕은 마지막으로 최후의 기력을 발휘해 고개를 들었다.
“내 원수를 갚거라.”
이 말과 함께 맥길 왕은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잠시 동안 누워 있었고, 이후 눈을 크게 뜬 채 고개를 떨군 뒤 그대로 굳어있었다.
죽음이 드리웠다.
“안돼!” 토르는 통곡했다.
토르의 울부짖는 목소리가 병사들에게까지 들려, 순식간에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방 안으로 달려들어왔다. 그의 주변으로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어렴풋이 성의 종소리가 끊임없이 계속해서 울리는 걸 들었다. 울려대는 종 소리에 맞춰 관자놀이 부위가 지끈거리며 요동쳤다. 그리고 잠시 뒤 방안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흐릿해졌다.
토르는 돌 바닥에 쓰러지며 정신을 잃었다.
제6장
격한 돌풍이 개리스 왕자의 얼굴을 강타하자 개리스 왕자는 고개를 들어 눈물을 훔쳤다. 흐릿한 빛과 함께 첫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제 막 날이 밝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국에서 멀리 떨어진 콜비안 협곡에는 왕의 가족, 친구 그리고 가까운 왕족 수백 명이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모여있었다. 이들 뒤로는 왕의 장례를 멀리서나마 지켜보려는 수천 수만의 인파들을 병사들이 통제하고 있었다. 군중들의 얼굴에 드리워진 슬픔은 진심이었다. 맥길 왕은 두말 할 나위도 없이 군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었다.
개리스 왕자는 직계 가족과 함께 맥길 왕의 사체 주변으로 반원을 그리며 서 있었다. 맥길 왕의 사체는 땅속으로 이동시킬 수 있도록 밧줄로 묶어 지탱해놓은 판자 위에 놓여있었고 그 밑으로는 크고 깊게 판 무덤 자리가 있었다. 장례식에만 갖춰 입는 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