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들의 행군 . Морган Райс
눈 앞에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게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눈을 재차 감았다 떴다. 처음에는 그저 횃불에 흔들리는 그림자일 뿐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잠시 뒤 그 형상은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하더니 빠르게 왕의 침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맥길 왕은 어두운 방안에서 그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고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전사로써의 자질이 탁월한 왕은 허리춤에 손을 뻗어 검이나 혹은 단검을 뽑으려 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옷을 거의 벗어 던진 채였고 아무런 무기도 없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침대 위에 무방비 상태로 앉아 있었다.
그 형상의 움직임은 이제 더욱 빨라져 마치 야행성 뱀과 같은 소름 끼치는 움직임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맥길 왕은 몸을 일으켜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방은 여전히 빙글빙글 돌고 있었고 여전히 술이 깨지 않아 그 얼굴을 정확히 알아채기 힘들었지만, 머지않아 그는 그 형상이 자신의 아들임을 알 수 있었다.
개리스?
개리스 왕자가 예고도 없이 이렇게 늦은 밤에 이곳에 온 이유를 생각하자 갑작스런 공포가 맥길 왕의 심장을 엄습했다.
“나의 아들아?” 맥길 왕이 말을 건넸다.
맥길 왕은 그의 눈빛에서 살기를 엿봤다. 그것 만으로도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기에 그는 침대 밖으로 재빨리 몸을 피했다.
그러나 그 형상의 움직임은 더욱 신속했다. 그는 맥길 왕이 손을 뻗어 자신을 방어할 겨를도 주지 않고 재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횃불에 반사된 금속 칼날이 빠르게, 아주 빠르게 허공을 뚫고 왕의 심장을 깊숙이 찔렀다.
맥길 왕은 깊고 어두운 격통의 외침을 질렀고, 자신의 비명 소리에 스스로 놀랐다. 전장에 나섰을 때 그곳에서 수도 없이 들어왔던 그런 비명이었다. 그것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전사의 비명이었다.
차가운 금속이 근육을 짓눌러 그의 갈비뼈를 으스러뜨리고 피와 한데 뒤섞여 더욱 깊숙이, 더더욱 깊숙이 몸 속으로 파고들어왔다. 끝도 없이 계속 패일 것만 같은, 그간 상상도 해보지 못했건 아찔한 고통이 전해져 왔다. 숨을 쉬기 힘들어 힘겹게 숨을 크게 헐떡이자 뜨겁고 짠 내나는 피가 그의 입을 가득 채워 더욱 힘겹게 숨을 이어갔다. 맥길 왕은 사력을 다해 고개를 들어 망토에 가리워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순간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짐작했던 인물이 아니었다. 자신의 아들이 아닌 다른 인물이었다. 분명히 아는 자였다. 누군지 기억이 나진 않았지만 분명 왕과 가까운 인물이었다. 마치 자신의 아들을 꼭 닳아있었다.
이름을 기억해내려 애썼지만 혼란으로 머리 속이 뒤엉켰다.
맥길 왕을 사력을 다해 팔을 들어 자신을 누르고 있는 남자의 어깨를 밀었다. 왕은 자신에게서 오래된 전사의 기운과 조상의 힘을 느꼈고 자신을 왕으로 이끈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힘이 순간 발휘되는 걸 느꼈다. 모든 사력을 동원해 왕은 한번에 암살자를 밀쳐낼 수 있었다.
암살자는 맥길 왕이 생각했던 것 보다 체격이 마르고 약했다. 그는 울부짖으며 중심을 잃고 뒷걸음질 쳤고 방 한가운데로 이동했다. 맥길 왕은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세웠고 손을 뻗어 가슴에서 칼을 뽑아냈다. 뽑힌 칼을 던지자 돌로 된 바닥 위로 찡 하는 소리와 함께 부딪히며 칼자루가 튀어올라 멀리 있는 벽으로 튕겨나갔다.
맥길 왕이 암살자에게 다가가자 얼굴을 가리웠던 망토가 벗겨진 암살자는 뒷걸음질 치며 공포에 질릴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암살자는 잠시 멈춰 단검을 주운 뒤 빠르게 밖으로 도망쳤다.
맥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