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눈물 . Морган Райс

명예의 눈물  - Морган Рай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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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턱 끝까지 차 올랐지만 공주는 지체하지 않고 문을 두드렸다. 문을 두드리는 문고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공주는 이곳이 아르곤의 거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르곤!” 공주가 외쳤다. “저에요! 맥길 왕의 딸이요! 저를 좀 들여보내주세요! 명령이에요!”

      공주는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고 또 두드렸지만 아무런 기척도 없이 황량한 바람만 불어댔다.

      결국 공주는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온 몸이 탈진한 상태였고 아무것도 못하는 무력한 자신의 모습에 속이 상했다. 공주는 더 이상 갈 곳을 잃은 사람처럼 큰 공허함을 느꼈다.

      태양이 하늘 아래로 자취를 감추며 핏빛으로 붉게 물들었던 노을에 황혼이 찾아왔다. 공주는 다시 뒤로 돌아 언덕을 내려갔다. 길을 걸으며 공주는 눈물을 닦아냈다. 이제는 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알고 싶었다.

      “부탁 드려요, 아버지.” 공주가 눈을 감고 허공에 소리쳤다. “제게 신호를 보내주세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제발 고드프리 오빠가 저렇게 죽게 내버려두지 마세요. 그리고 토르가 죽게 내버려두지 마세요. 저를 사랑하신다면, 대답해주세요.”

      그웬 공주는 다시 침묵했다. 그리고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길을 걸었다. 그러던 순간 마침내 어떠한 영감이 공주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호수. 슬픔의 호수.

      그랬다. 슬픔의 호수는 생사의 기로에 놓인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를 위해 기도를 올리러 가는 곳이었다. 그곳은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나무로 둘러싸인 태초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레드우드 속 작은 호수였다. 사람들은 그곳을 신성한 장소로 섬겼다.

      아버지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웬 공주가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공주는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이 순간 아버지가 함께라는걸 느꼈다. 공주는 서둘러 레드우드를 향해, 나무에 둘러 쌓인 호수를 향해, 자신의 슬픔을 들어줄 호수를 향해 달렸다.

      *

      그웬 공주는 슬픔의 호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녀의 무릎 밑 바닥에는 호수 주변을 원형으로 둘러싼 솔방울들이 부드럽게 펼쳐져 있었다. 공주의 시선은 고요한 호수에 멈춰 있었다. 지금껏 보안 온 호수 중에서 가장 고요한 호수였다. 고요한 호수는 그 한가운데에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달빛을 담고 있었다. 원형의 호수에는 이제 막 뜨기 시작한 달 뿐만 아니라 저무는 태양이 함께 드리워져 있었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뜨고 지는 달과 태양이 하나의 호수 안에 머물러 있었다. 공주는 지금 이 순간 형언할 수 없는 신성한 기운을 느꼈다. 마치 하루가 저물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창과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신성한 기운이 펼쳐진 지금 이 순간, 이렇게 신성한 곳에서, 모든 게 가능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공주는 그렇게 무릎을 꿇고 앉아 눈물을 흘리며 성심 성의껏 간절히 기도했다. 지난 며칠 동안 일어난 일은 공주가 감당하기에 너무 벅찼다. 공주는 그로 인한 고충을 모두 쏟아냈다. 고드프리 왕자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고, 토르를 위해서도 모든 걸 걸고 기도했다. 두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을 잃고 혼자서 개리스 왕과 맞서야 하는 건 생각도 하기 싫었다. 공주는 또한 반인 반수와 혼인을 올리게 된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공주는 삶이 철저히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모든 궁금증에 대한 답이 필요했다. 어쩌면 답이 아니라, 삶을 버틸 희망이 필요했다.

      맥길 왕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호수의 신, 숲의 신, 산의 신, 바람의 신 등 다양한 신들에게 소원을 빌었다. 그러나 그웬 공주는 그러한 신들을 모두 부정했다. 공주를 토르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왕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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