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눈물 . Морган Райс
공주는 주변을 경계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들이 낯설고 적대적으로 보였다.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들이 개리스 왕이 보낸 적으로 보였다. 공주는 점점 큰 피해망상에 사로잡혔다.
골목길을 도는 순간 술 취한 늙은 남자와 부딪히는 바람에 공주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며 깜짝 놀라 의도치 않게 크게 비명을 질렀다. 공주는 바짝 긴장한 상태였다. 잠시 뒤에야 공주는 그가 개리스 왕이 보낸 암살자가 아닌, 그저 술 취한 조심성 없는 행인이라는 걸 깨달았다. 공주는 가던 길을 재촉하며 고개를 돌려 뒤를 살폈다. 술 취한 노인은 사과할 정신도 없이 이리저리 비틀거렸다. 이 뒷골목의 무례함이 참기 힘들었다. 고드프리 왕자만 아니었다면 공주는 이곳에 올 일이 없었다. 순간 자신을 이런 상황에 밀어 넣은 고드프리 왕자가 미웠다. 왜 고드프리 왕자는 술집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인가?
또 다른 골목길을 돌자 찾던 술집이 나타났다. 고드프리 왕자의 단골 술집이었다. 존재를 변명이라도 하듯 기울어진 건물, 조금 열려있는 입구에서는 술 취한 주정뱅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공주는 지체하지 않고 서둘러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술집 안에서 시야를 확보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술집 안으로 들어서자 술 냄새와 취객들의 땀 냄새가 풍겼고, 공주의 등장에 술집 안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술집 안을 꽉 채운 취객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공주를 보곤 놀란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왕족의 귀한 신분인 공주가 고급스러운 옷을 차려 입고 수년간 청소 한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듯한 술집 안에 들어서 있었다.
공주는 고드프리 왕자의 술 친구, 배가 나오고 키가 큰 아코드에게 다가갔다.
“오빠는 어디 있지?” 공주가 물었다.
늘 흥에 취해 천박한 농담을 뱉고 스스로 만족해하던 아코드가 맥없이 고개를 젖는 모습에 공주는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 안 좋아요, 공주님.” 아코드가 침울하게 대답했다.
“무슨 소리야?” 공주가 요동치는 심장을 달래며 대답을 재촉했다.
“ 술을 잘못 마셨어요.” 고드프리 왕자의 또 다른 술친구, 키가 크고 마른 펄톤이 대답했다. “어제 밤에 쓰러졌어요. 아직까지 일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거지?” 공주는 넋이 나간 듯 아코드의 팔목을 쥐고 물었다.
“간신이요.” 아코드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답했다. “힘겹게 숨이 끊어져가고 있어요. 약 한 시간 전에 말을 멈췄어요.”
“어디 있는데?” 공주가 다그쳤다.
“뒤쪽에 있어요, 아가씨.” 술집 주인이 침울해 보이는 표정으로 바에 기대 술잔을 닦으며 대답했다. “왕자님을 어떻게 처리할지 계획을 제대로 세워야 할 거에요. 저는 제 사업체에 시체가 오래 머무는 건 원치 않거든요.”
술집 주인의 말에 단단히 화가 난 공주는 단검을 꺼내 칼끝을 술집 주인의 목에 겨눴다.
깜짝 놀란 술집 주인은 침을 꿀꺽 삼켰고, 술집 안은 순식간에 적막에 싸였다.
“첫 번째로,” 공주가 입을 열었다. “이곳은 사업체가 아니야. 그저 술이나 파는 곳이지. 그리고 왕족에게 다시 한번 그런 식으로 무례하게 말한다면 병사들을 대동해 이곳을 밀어버릴 거야. 내게 공주라는 칭호를 붙여 말하도록.”
공주는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놀랐다. 자신의 이러한 대담함이 어디서 나오는지 공주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술집 주인은 다시 한번 침을 삼켰다.
“공주님.” 술집 주인이 공주에게 예를 갖췄다.
그웬